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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 오르는 누리호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잠깐 회사일을 멈추고 라이브로 지켜보았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난다. 고된 훈련 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오른 스포츠 선수를 볼 때의 감동과 다르지 않다. 아니, 수백 명이 11년 7개월 동안 개발을 진행했다고 하니 감동이 더 크고 눈물이 나는 것이 정상이다.

어제 대학교 동아리 단톡방이 오랜만에 울렸다. 누리호의 발사를 응원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동아리 친구는 정부 쪽에서 누리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었고, 동아리 선배 중 한 명이 로켓 개발에 핵심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동영상을 공유해 주었다. 동아리 때는 호탕하고, 노래도 잘 부르던 형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동영상에서는 누리호의 개발 과정과 핵심기술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그때 그 사투리 그대로. 나도 모르게 “우와 진짜 과학자네!”라는 혼잣말이 나왔다.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얼마 전 2학년 아들이 아빠는 나만할 때 꿈이 뭐였냐고 물었다. 기억을 되짚어 볼 필요도 없이 “과학자였어”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항상 과학자였다. 로켓 만들고, 로봇 만들고, 플라스크를 들고 무엇인가를 섞는 그런 과학자 말이다. 과학고를 가고 KAIST에 진학할 때 까지도 과학자의 삶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자 → 엔지니어 → 개발자 → 회사원이 점점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동시에 석박사를 마치고 연구원으로 혹은 교수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기와 선후배에 대한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과학자는 인류의 지평을 넓혀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곳을 왜 바라보나 싶지만 인류가 가지 않았던 그 무거운 한 걸음을 걸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과학자들이 넓혀온 세상 위에서 점점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제는 다시 학문의 길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을 통해 과학자의 삶을 엿볼 수 있기에 그들을 응원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계속 커질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업계의 선배님들이 하신 것처럼 학교에 기부하는 형태로 과학의 미래와 과학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인류의 작은 전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