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소회
by Lee Ho Sung
오늘 투자 유치 소식이 외부로 전해졌다. 옛 동료와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니 이제야 실감이 나서 간단히 소회를 남겨 본다. 사실 회사가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게 흑자로 돌아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작은 언덕에 오르니 다음 언덕을 오르기 전에 숨을 한번 내쉬고 뒤를 돌아보고 싶다.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동료들이다. 내가 6년간 회사를 다니는 동안 8퍼센트라는 배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다들 힘껏 밀어주었다. 떠난 분들께는 그들의 이력서에 조금 더 빛나는 한 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고,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분들께는 더욱 감사하다. 부디 성공 과정의 경험과 걸맞은 보상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경영진으로 일하면서 회사와 투자자의 관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팀, 꿈, 목표에 대한 큰 신뢰를 보여주는 분들이다. 그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또 다른 파트너를 만날 수 있게 되어 큰 기대가 된다. 역시 회사의 성공만이 보답할 수 있는 길이다.
돌아보면 지난 6년간 회사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늘 따라다녔다.
- 실패로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 동료와 함께 쌓아올린 탑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두려웠다.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온 사업, 코드, 디자인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 두려웠다.
- 회사를 신뢰해 준 고객, 투자자, 구성원, 구성원의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두려웠다.
이번 투자를 통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을까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 더 두렵다. 더 큰 판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믿음은 스스로의 다짐보다는 곁에 있는 동료들과 우리를 믿어주는 투자자들로부터 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회사는 다음 목표를 향해 뛸 수 있는 힘과 시간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아직 가진 것이 없는 스타트업에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이제 오늘을 마무리해야겠다. 사실 당장 내일이 되어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효진 님이 그랬다.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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