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by Lee Ho Sung
2021년 3월부터 7월까지 KAIST 여의도 금융대학원에서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수료하였다. 격변하는 시기(와 가격)에 진행된 첫 번째 과정이었다.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필드에 있는 분들의 날것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우연히 과정 대표를 맡게 되었고, 수료식 때 대표로 답사를 하게 되었다. 학과에서 답사를 해달라고 말씀 주셔서 조금 부담을 가지고 작성을 했었는데, 괜히 오버했나 싶기도 했다. 수료를 기념하며 작성했던 답사를 남겨둔다.
안녕하세요? 저는 8퍼센트의 이호성입니다.
옛날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제가 대학교 때 SETI라는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주의 전파 신호를 분석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신호를 가려내는 프로젝트입니다. 즉, 외계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분산 컴퓨팅 기술을 사용합니다. 프로그램을 설치 한 사용자의 화면 보호기가 켜지면 그때 컴퓨터의 유휴 자원을 이용해서 외계신호를 분석하는 일을 나눠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당시 해당 프로젝트의 비전과 방식에 매료되었던 저는 공강 시간에 기숙사 방에서 친구와 스타크래프트를 한 판 한 뒤에 SETI 프로젝트의 화면보호기를 켜 두고 다음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프로젝트는 “지구인들이여 힘을 모아줘. 내가 외계 생명체를 찾아 볼게!”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외계 생명체를 찾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기여자들과 함께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공헌한다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7년 뒤 저는 8퍼센트라는 10명짜리 회사에 조인했습니다. 500명의 투자자들을 모아 금융기관에서 소외된 차입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P2P 금융 회사였습니다. 역시 저는 다수의 힘을 모아 작은 개인이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일을 해내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구조와 이상이 제가 굴곡 많은 스타트업을 7년 가까이 다닐 수 있는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P2P 금융회사에서 6년간 일하는 동안 세상에는 너무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저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시작 해 이렇게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블록의 해쉬를 다음 블록으로 연결하는 것에서 부터 사회의 전반적인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P2P 네트워크의 힘과 가능성에 대해 믿고 지지하는 제게도 이해할 수 없는 속도의 변화였습니다. 그 변화의 속도와 세기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저는 실체가 궁금해졌습니다. 코인 가격의 미래와 함께요. 그래서 저는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서
- 블록체인의 철학적인 배경과 역사
-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접근 방식
- 필드에서 아이디어의 증명을 위해서 어떻게 싸우고 계신지, 또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계신지
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손을 내밀어 볼 수 있는 단계까지는 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우 여러분도 저와 같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정을 통해 네트워크는 노드가 늘어날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이 그러한 것처럼 이렇게 맺어진 저희의 네트워크 또한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고, 서로의 파워를 문제를 푸는 것에 활용해 주신다면 개인으로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의 첫 번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각의 노드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수료과정을 통해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되었습니다. 어떤 블록이 다음에 이어질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만들어 주신 KAIST 그리고 지식을 나눠주신 많은 분들께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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