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책을 만났다.

책을 한 권 다 읽었을 때, 혹은 책을 읽다가 지루함을 느꼈을 때 리디셀렉트에서 새로운 책들을 둘러 보곤 한다. 그 때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만 봤을 때에는 이상한 설정(?)을 가진 일본 소설인가 했었는데, SF 소설이었다. 저자의 소개에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SF 소설에 대한 신뢰가 갔다. 그래 설정이 제대로 되었겠군! 싶은 생각이 들었고,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김초엽 작가가 이곳 저곳에 내었던 단편들과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을 묶어 책을 내었다. 각각의 내용이 하나의 SF 아이디어와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어, SF에 익숙하지 않은 내 호흡에도 알맞았다. 한 호흡에 읽고 잠시 숨을 내쉬며 글의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생각 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생각했다.

책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SF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흔치 않았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는 과학자도 우주인도 남성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어쩌면 소설가도) 그래서 주인공을 모두 여성으로 설정한 것만으로도 책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여성을 중심으로 가족, 외로움, 소외, 차별등의 주제를 SF 상황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지금의 현실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문제를 더 극적인 상황에 놓아 주제가 되는 문제를 더욱 드러내는 느낌이다.

• 최초로 우주 터널을 넘어갈 우주인으로 선정된 나이 많은 아시아 여성이 받는 사회적인 시선과 차별 (나의 우주 영웅에 대하여)
•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되는 계층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엄마라는 삶을 시작하며 세상과 단절 되는 여성 (관내분실)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것도 좋지만,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작가의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만큼 되진 않았지만 우리의 세계도 빠르게 바뀌어 간다. 이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삶은 또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