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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바다의 시작

책을 만났다

하루만에 책을 모두 읽어 버렸다. 종이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 본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 주느라 보통 책 읽을 시간이 없는데,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집에서 스스로 노는 것에 익숙 해지면서 이번 주말에는 시간이 꽤 났다.

이 책은 플라이북으로 정기 배송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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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북 정기 배송

추천을 적은 메모와 그 책에 맞는 책갈피 그리고 소소한 선물을 함께 전달 해 준다.

하지만 지난 달에 받은 “일상, 과학다반사”는 한달 째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내가 도서관에 가서도 고를 만한 책이어서 그런지 한 두 장을 넘겨 본 후로 더 이상의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흥미롭게 봤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의 감독인 이누도잇신의 첫번째 장편소설이었고, 연극이라는 익숙하지 않지만 매력있는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생각했다

책은 <자유연기> 극단의 총괄 매니저인 카몬이 전설의 극작가인 도야마를 찾아 미완의 연극 <나의 친구, 세카이를 향해>를 완성시키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과 방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열정과 재능의 부족으로 일찍 연기를 그만두며 연극에서는 한 걸음 멀어진 카몬이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연극을 진행시켜 나간다.

치열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연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2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기억을 깨웠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시절이다. 한 학년에 70여명 밖에 되지 않는 학교에서 연극 서클이 두 개나 있었다. 기억에는 일년에 두번 정도 학교 행사가 있을 때 공연을 했었는데, 그들의 열정에 감탄 했던 기억이 난다. ‘와. 나는 저건 못한다.’ 싶었다. 두 번째는 대학교 통기타 동아리 시절이다. 메인으로 공연 준비를 할 때에는 한달 동안을 저녁 먹고 개인 연습을 하고 9시 부터 합창 연습을 하고, 12시 부터 팀 연습을 하고 3시 부터 공연 기획을 하고, 4시 부터 술을 먹는 생활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무엇이 우리에게 그런 열정을 일으켰고, 목표를 향 50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을 달리게 했을까 싶다.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다. 공연이 가지는 매력일까? 아니면 그저 젊음 이었을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책을 뒷면 날개를 확인 했을 때 비로소 책 제목을 알게 되었다. 플라이북에서 제공한 책 커버에 덮혀 책 앞장을 확인할 수 없었고, 책에 대한 추천만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허허. 책 제목은 “세계의 끝 바다의 맛”이었다. 책 제목을 미리 알았다면 책 읽는 내내 왜 이 책의 제목이 이것일까 하고 고민하게 할만한 제목이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드디어 임무를 마치게 된 카몬과 나카무라가 호텔바에서 스코틀랜드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30년 산 몰트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40년간 묻혀져 있던 연극이 세상에 나와 끝이 날 수 있게 되었고, 오래된 인연이 한 단락을 맺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의 끝 바다의 맛”인가 보다.

영화 감독이 쓴 소설이라 그런지 하나의 영화를 본 기분이다. 오래된 배우의 옛 이야기를 따뜻한 정종과 함께 새벽녘 까지 들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