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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인간

책을 만났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느라 먹는 것에 조금 민감하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고를 때에도 식습관, food supply chain 관련된 책에 눈이 갔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표지만 봤을 때에는 인간의 먹는 행위에 대한 고찰을 다룬 책인가 했다. ‘그래 과연 인간에게 먹는 것이란 무엇인가?’란 생각이 들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책을 읽어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틀린 것은 먹는 행위를 역사적, 철학적인 뷰로 다루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맞은 것은 여행과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그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일본에 사는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세계를 여행한다. 어떻게 하면 혀와 위를 고생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 하며. 동남아시아에 가서는 음식 쓰레기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독일에서 인종 차별을 겪고 있는 터키인들과 식사를 하고, 체르노빌에 가서 방사능에 오염된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한다. 감옥에 가서 죄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아프리카 부족의 왕과 식사를 하고, 서커스단과 함께 식사를 한다.

그들이 평소에 먹던 것을 함께 먹고, 음식에서 시작되어 그들의 삶과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독자들에게 이를 전한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주로 식사 시간에 나오지 않던가.

책을 읽고 생각했다

오늘도 나는 먹는다. 보다 맛있는 것을 찾고, 보다 건강한 것을 찾고, 보다 간편한 것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계에는 많은 사람들이 “먹기”의 보다 본질적인 목적인 “살아 감”을 위해 식사를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가 미식에 길들여저 버린 자신을 깨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반쯤은 농담으로 한 이야기 처럼, 나도 주어진 풍요에 길들여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은 어렵다. 익숙해 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지인의 장례식에서 내 주위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그리고 국가와 회사가 무너져 버린 뉴스를 보면서 국가와 회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매일 의미 없이 지나간 한끼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떤 경우는 저자의 메시지가 확실한 책을 원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저 여행을 혹은 우리의 삶이라는 여행을 기록하는 에세이를 통해서 더 울림을 얻기도 한다. 내가 모르는 세상을 조금 더 비춰준 이 책이 내게는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