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허리가 꽤 아팠다. 건강을 자신하며 살았었는데 한번 아프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 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통증을 통해 몸이 신호를 보낼 때 마음도 이때인가 싶었는지 이런저런 신호를 보내왔다. 통증은 아니지만 집중력 저하, 삶에 대한 만족도 저하로 이어졌다. 몸은 엑스레이, CT를 찍어보며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 마음은 누군가에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 마음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니 내가 디버깅해야지 싶었다. 코드의 콜스택을 따라가는 것처럼 문제의 원인을 찾고 싶었는데 내 마음은 그게 되지 않았다. 내게 던지는 질문은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표면에서 갈 곳을 잃어버렸다. 질문에 대한 답을 집요하게 파고들지 못하고 고민을 쉽게 포기해버렸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내 마음의 어디를 바꾸면 내가 더 나아지는가를 알 수 없었다.

이때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명상’에 대한 글을 보았다. 아니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내게 이런 고민이 있으니 내 그물에 남은 것이겠지. 명상을 통해 내 고민의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명상 앱 추천과 함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책도 추천이 되어 있었고, 책으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 발을 밀어 넣을 때에는 책이 마음이 편하다. 해상도가 낮은 지도를 얻은 느낌이랄까.

views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저자인 차드 멍 탄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다. 구글을 방문한 유명인과 사진을 찍어서 걸어두는 멍의 벽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고, 세계평화를 이야기하며 구글 내부에서 명상을 가리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구글에 다니는 이상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생각했었고, 구글이 하는 여러 가지 이상한 일(?) 중 하나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보니 이거 꽤 심오하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명상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경험, 이해하지 못한 것을 믿지 못하는 엔지니어의 습성이다. 다행히 저자 본인도 엔지니어이고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명상 전도사 역할을 했기에 저자는 명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책도 관련 사례와 연구들을 덧붙여 가며 과학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이 책은 저자가 동료들과 함께 만든 구글의 내면검색 교육과정에 기초하고 있다. (책에서 교육과정을 만든 스토리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프로그램에 따라 책도 구성되어 있다. 책을 요약해 보면 생각을 덧붙여 본다.

감성지능

“자신과 타인의 기분,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 사이를 구분하며 이 정보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지침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감성지능(EQ)라고 한다. 이 감성지능은 “뛰어난 업무성과”, “탁월한 리더십”, “행복”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항상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감성지능이 업무성과와 리더십에 도움이 됨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잘 알게 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주의력 훈련

감성지능 훈련은 주의력 훈련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의력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라고 한다. 이 분야의 대표적 선구자인 카밧진은 마음 챙김을 “판단을 배제한 체 의식적으로 현재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및 감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또렷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했다.

무거운 아령을 들면 근력이 길러지는 것처럼 주의력이 흩어졌을 때 그것을 인지하고 다시 주의를 기울이려고 노력할 때 주의력이 길러진다. 따라서 명상 시에 주의를 잃어버리는 것(딴 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주의력을 훈련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행복

최근에 허리 통증이 있을 때 “아오, 허리에 통증만 없으면 정말 행복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몇 번의 치료를 통해 통증이 사라졌다. 하지만 행복한 느낌은 잠깐이었고, 금세 사라졌다. 행복한 상태가 되었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음도 그러하다. 아프지 않은 상태가 행복한 상태인 것 처럼 마음의 기본 상태도 행복이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고요하고 청명한 상태가 된다. 즉 기본 상태가 된다. 그것이 행복한 상황이고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면 된다. “행복이란 멀게만 느껴지지만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걸~” 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행복은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 들어 보았지만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그 길이라 하니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자기 이해

자기 이해는 훈련된 주의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내면을 고해상도로 인식하는 단계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와 연결되어 있다.

자기 이해라는 것을 나라는 복잡한 함수를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 함수의 입력은 내가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출력은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와 그에 따른 행동이 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을 도왔을때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면 그 일을 계속하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떤 사람을 도왔을 때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로직을 가지는 사람이라는것이다.

그렇다면 이 함수를 잘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출력을 명확하게 인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감정인식이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며 내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감정인식의 토대로 정확한 자기 평가가 가능해 진다.

자기 평가는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살펴보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정직한 태도를 갖는 것이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열망과 가장 어두운 욕망에 대해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며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삶의 최우선순위와 무시해도 될 정도로 하찮은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평가를 통해 정확히 자신을 이해하면 더 높은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자기 통제

자기 통제라는 것이 특정한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예컨데 분노), 감정을 다루는 것에 매우 노련해지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충동에서 선택으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느낀 감각적인 고통(물리적인 고통, 불쾌한 감정)은 마음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이것을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두가지는 분리될 수 있다.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어떤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고통은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때든 그 생각을 철회할 힘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우리는 때로는 행복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행복이 사라질것을 우려하게 때문이다.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은 “고통의 원인은 시들어가는 꽃이 아니라 바로 꽃이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비현실적인 욕망이다” 라고 말했다.

자기 동기부여

행복은 “쾌락”, “열정과 몰입”, “더 높은 목적” 의 유형이 있다. “쾌락”에서 “더 높은 목적”으로 갈수록 지속력이 강하고 효용이 오래간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잠깐의 행복만을 주는 쾌락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는 늘 행복을 원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일에 행복을 느낄 때 동기가 부여된다. 그렇다면 동기를 강하게 부여 받으려면 더 높은 목적을 찾아서 그것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해라” 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더 높은 목적을 찾는 것은 자기 이해를 토대로 이뤄진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한 공감능력 개발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강한 주의력과 자기 인식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주의를 타인에 돌려서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추게 된다. 공감이다.

공감력을 추가로 높이려면 모든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고 그들도 ‘그저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와 유사성이 클 때 (보다 정확히는 유사성이 크다고 느낄 때) 훨씬 더 공감이 잘 일어난다. 여기에서 친절을 다르게 표현해 보면 “이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친절과 공감능력은 실제로 사회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는다. 사람들을 움직이고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더 나아가 사회적인 성공으로 이어진다.

친절은 정식적인 습관이 되어야 한다. 습관은 반복적인 시도로 형성된다. 즉, 훈련할 수 있다.

요약의 요약

여기 까지를 요약 해 보면

  1. 마음챙김을 이용하여 청명하고 안정적인 마음 상태를 만들고 강한 주의력을 훈련시킨다.
  2. 주의력을 감정의 생리적인 측면으로 인도해서 감정을 생생하고 선명하게 인식하게 한다.
  3. 감정적인 경험을 명료하고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4.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되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5. 강한 주의력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다.
  6. 따라서 감성지능이 발전 되어 뛰어난 업무성과, 탁월한 리더쉽,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요약의 요약을 다시 줄여 보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친절하라.”

실행

마음챙김 명상도 정신 훈련인지라, 축구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는 축구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직접 훈련을 해보아야 한다. 실제로 독후감에서는 정리하지 않았지만 책의 꽤 많은 부분이 실질적인 훈련 방법을 다루고 있다. 나는 페북 글에서 함께 추천받은 마보앱을 책을 읽으면서 함께 사용해 보았다.

호흡에 집중하는 법, 도망간 주의력을 다시 찾아오는 법,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하기 등을 연습할 수 있었다. 아직은 명상의 효과를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책에서 말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명상을 마치고 나면 괜찮은 기분이다.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만으로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책에서 “이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라고 했다. 카페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카페 종업원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커피를 받아올 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좀 더 경쾌하게 하게 되었고, 커피를 돌려 드릴 때 좀 더 그분에게 가깝게 전달을 하게 되었다. 아주 사소하다. 하지만 책을 읽기 전에도 이런 생각, 혹은 삶의 방식이 내 삶을 바꿀 것이라는 것에는 확신이 있다. 실제로 몇몇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기도 했었고, 내 주위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다들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먼저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 카르마 같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친절과 성공 사이의 연결과정이 이해가 되었다.

우연

이 독후감을 쓰는 카페에서 최근 동네로 이사 온 학교 후배를 만났다. 그저 동네 친구가 된 기념으로 인사나 나누고자 했는데 “요즘 무슨 재미있는 하고 지내?”라는 나의 질문에 “명상”이요.라는 답을 들었다. 2년간 명상을 해오고 있다면서 명상에 대한 전도와 함께. 이 좋은 것을 나만 몰랐나 싶은 생각과 동시에 확실히 세상에 우연이 있긴 있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읽을 책은 아니다. 저자가 쉽게 풀어주긴 했지만 곱씹어 봐야 할 내용이 많고, 실제로 명상을 시도해 보고 다시 읽어 보면 달리 이해될 내용도 많아 보인다. 명상이라는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분이라면 추천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세계평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도 추천한다. 아! 그리고 내가 요약한 것이 정확하지 않을 터이니 책으로 보시는것이 더 좋겠다. :)

연결되는 책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