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이타주의자로 한 걸음
by Lee Ho Sung
이 책은 우리가 행하고 있는 기부 활동이 과연 효율적인가? 책의 용어로 이야기해 보면 기부가 만들어 내는 ‘선’의 최대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가? 를 묻는다. 이를 위해 실제로 효율적인 기부를 실행하고 있는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책을 통해 내가 지금까지 10년간 해왔던 기부가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지 않다.
책을 읽고 나니 이상하다. 나는 왜 내가 힘들게 벌어서 기부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전자제품을 살 때에는 그렇게 가성비를 따지면서. 무려 내가 기부하고 있는 기관에서 보내온 간략한 사업 보고서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 나는 기부라는 행위 자체에만 큰 의미를 두어 왔다. 책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나 자신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만 기부라는 행위를 생각해 왔다. 따라서 기부를 한 것만으로 충분했으며, 그 돈이 실제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마 그 돈이 잘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가 느끼는 행복이 줄어들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으리라.
책에서는 내가 후원하고 있는 아동들보다 나의 기부를 통해 더 크게 삶이 개선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그 돈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가 생각보다 명확하게 비교가 가능함을 알려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후원을 지속한다면 나는 더 큰 선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10년간 해오던 후원을 끊고,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빈민국의 누군가에게 기부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간의 유대감이 쌓인 친구와의 관계를 끊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유대감이라는 것은 내가 10년간 기부를 지속해오게 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후원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진실에 조금 더 가까워지면서 지금의 후원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비용으로 더 큰 선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내가 기존까지 기부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내가 후원하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얘들아 미안하다. 이제 삼촌은 너희들보다 더 힘든 친구들을 찾기 위해서 떠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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