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 무려 100일이나 늦었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야호! 둘째의 태명은 복디입니다. 복덩이의 경상도식 표현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친근하게 부를 때 “-디”라는 종결어미를 사용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문디”같은 것이 있구요, 제 친척 누나는 제가 어릴 때 저를 “호디”라고 불렀습니다. 저희가 임신 소식을 알게 된 이후 저희 가족에 좋은 일들이 있었기에 복디라는 태명을 짓게 되었습니다. 물론 둘째가 저희에게 온다는 소식이 최고로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와이프는 제가 티나게 딸을 원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딸 원하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혹시 와이프가 아들이라는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실망할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사하게도 둘째는 제가 원하던 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야호!를 외쳤습니다. “우리 와이프 최고!”라는 말도 했던 것 같군요.

드레스를 입은 도연 (드레스와 예쁜 모자를 씌워 놓으니 공주님이 되었습니다. 아. 아닙니다. 원래 공주님입니다.)

둘째의 이름은 “이도연”으로 지었습니다. 첫째의 이름은 아버지께서 작명소에 가서 받아오셨는데, 이번 이름은 3박 4일을 고생하셔서 직접 후보군을 정해주셨습니다. 이름들을 작명앱에 넣어보니 모두 100점이 나옵니다. (무려 작명앱이 직접 추천해주는 이름도 100점이 나오지 않습니다.) 후보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도연”을 골랐습니다. 배우 전도연을 좋아하기도 하고, 발음이 편하고 이뻤기 때문입니다. 아.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짝사랑 했던 여자친구의 이름이 이도희 였던것이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은 와이프에게는 비밀입니다.

보통 한명이 순하면 다른 한명은 개고생을 한다는 것이 둘을 가진 부모들의 중론입니다. 승준이가 너무 순해서 둘째는 쉽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왠걸 승준이 보다도 순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거의 먹고 자고 밖에 안합니다. 50일 정도 부터 밤에도 두세번 밖에 깨지 않습니다. 승준이때를 생각해보면 100일이 되어서야 “지난 밤에 두 번 밖에 깨지 않았어!” 라고 기뻐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사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죠. 도연이가 100일이 될때까지 입원을 두 번 해야했습니다. 입원 했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픈데 어찌되었든 아내의 고생과 함께 고비를 잘 넘기고 이제 앞으로 튼튼할일만 남았습니다.

둘째를 맞이 한 엄마/아빠는 이미 초보 딱지를 뗏기 때문에 기본 육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책을 찾아 볼 일도, 인터넷을 찾아 볼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첫째때와 다른것이 있습니다. 네. 첫째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첫째를 챙겨야 합니다. 퇴근을 하고 들어오면 첫째가 달려나옵니다. 주말이 되면 저는 첫째를 데리고 집을 나서야 합니다. 100일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둘째를 안아준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가끔 옆에 가만히 누워서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첫째는 2년동안 오롯이 엄마아빠의 사랑을 받았는데, 둘째는 그러지 못한것 같아서 입니다. 앞으로 부족한 사랑은 상냥한 오빠로 부터 채우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제 둘째는 앞으로 뒤집기를 하고, 기고, 걷고 이유식을 먹고 말을 하게 될 겁니다. 저희가 첫째를 키우면서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는 첫째 때 보다 더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남겨두어야 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볼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거든요. (두.. 두명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인생에 마일스톤들이 있습니다. 진학, 취업, 결혼, 출산 정도인것 같습니다. 거기까지를 나름 열심히 달려 왔습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요? 아마 다시 아이의 진학, 취업, 결혼, 출산이겠죠? 하지만 아직 먼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엄마, 아빠, 승준, 도연 이 4명의 행복을 고민해 볼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