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7월에 태어난다.

아내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마음이다. 아이가 있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임신을 하는 순간 부터 여자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가볍게는 친구들과 마시는 커피, 맥주 한잔의 시원함 부터 크게는 출산의 고통과 육아로 인한 경력의 단절까지. 그래서 특히 다둥이 아빠가 되려면 엄마의 허가가 필요하다. 아내는 이런것들을 다 알면서도 둘째를 갖자는 어려운 결정을 해주었다. 이것은 우리 착하고 순한 아들 덕이 크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도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었고, 세상에 태어나서도 엄마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공개된 곳에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했다. 하지만 오늘 와이프가 정밀 초음파 검사에서 건강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후에야 엠바고가 풀렸다. 여자들은 임신 초기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조심스럽다.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홀로 짊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초음파

둘째는 공주님이다.

한 달 쯤 전이었다. 아이의 성별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아내가 병원에 다녀온 후 회사로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찾아왔다. 딸일까? 아들일까? 궁금한 마음은 한 가득 있었지만 선뜻 물어 보지는 못했다. 나는 딸을 원했지만 아들이라고 와이프가 말하면 실망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아야 할터였다. 와이프는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한번 맞춰 보라고 했다. 뭔가 그것이 없는것 같긴 했다. 그래도 “딸이야?” 라고 물어 보지는 않았다. 잠시 뒤에 와이프가 “딸 인 가봐” 라고 말해주었고, 나는 만세를 불렀다. 순간 예쁜 옷을 사주어야지. 아빠가 머리도 잘 땋아 줄 수 있으면 딸이 좋아할 텐데. 딸이 남자친구가 생기면 그렇게 질투를 느낀다던데? 딸이 커서도 아빠와 잘 놀아주려나. 등등..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누나가 가족을 따뜻하게 묶어 주는 것 처럼 우리 딸도 그래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이제 우리 가족이 4명이 된다. 주민등본을 뽑으면 뒷자리가 아빠, 엄마, 아들, 딸 이렇게 해서 1, 2, 3, 4 로 이어져서 보기가 좋겠구나. 4명이라 하니 좀 더 안정감이 들고 가족으로 완성된 느낌이 든다. 아마 내가 4명인 가족에서 자라와서 3명은 뭔가 부족한 느낌을 가졌던 것도 같다. 이제 아이들이 크면 게임을 해도 2:2 로 할 수 있고, 혹시나 아들이 엄마편을 들면 딸은 아빠편을 들어 주겠지. 자동차도 꽉 찰 테고 치킨도 두 마리를 시킬 수 있겠다. 하하. 뭔가 좋다. 엄마 품에서 5개월을 더 보내고 우리에게 또 다른 빛으로 찾아 올 복디야. 아들이 자라서 내게 친구가 되어 주고, 아내에게는 믿음직한 보디가드가 되어 주는 것처럼, 우리 딸도 자라서 엄마에게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고 내게는 세상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보물이 되어 주길 바란다. 건강하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