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요일 부터 승준이는 새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한 시간 넘게 차를 타야하는 승준이가 안쓰러워서 좀 더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원래 다니던 어린이집은 복잡한 골목에 있어서 날씨가 좋을 때에도 바깥에서 놀 수가 없지만 새 어린이집은 공원 옆에 있어서 하루에 한번씩은 산책을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주 부터 승준이에게 정들었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갈꺼라고 여러번 이야기 해 두었다. 그 때마다 승준이가 끄덕끄덕 하긴 했다. 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월요일 아침 9시 20분 쯤에 집을 나섰다. 옆집 할머니가 아이를 챙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집 아이도 오늘 부터 같은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셨으니, 아마도 어린이집 등원을 하시는 길인가 보다. 얼른 달려가서 아는 척을 하고 저도 좀 태워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앞으로 가끔 엄마, 아빠가 모두 퇴근이 늦게 되면 옆 집 할머니께 부탁을 드려야 하기에 좀 친해져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할머니 차를 함께 타고 가며 미리 어린이집에 보낸 선배(?)의 조언 몇 개를 할머니께 건넸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1세반에 들어갔다. 이미 방에는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어머니 혹은 할머니와 함께 놀고 있었다. 탁자에 바나나가 아이들을 오전 간식으로 올려져 있었다. “승준아~ 네가 좋아하는 바나나네. 먹어 보자.” 라고 말했더니, 뻘줌 거리며 아빠 품을 떠나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바나나를 집어서 손에 쥐어 주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어린이집에 있는 장난감들이 눈에 들어 오는 모양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동차를 하나 둘 가져와서 아빠에게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승준이를 보면서 주위 엄마들과 인사를 나눴다. 아이 이름을 물어보고, 몇 개월 되었는지 물어보고, 몇 째인지 물어 보는것으로 시작 한다. 그리고 서로의 아이들에 대한 칭찬을 하고 아이 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모두 엄마들과 하원을 하기 시작했다. 첫 날과 둘째 날은 적응기간으로 한 시간 동안 부모님과 함께 어린이집에서 논다. 하지만 우리는 적응 기간을 가져갈 여유가 없다. 미리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오늘 부터 승준이를 늦게 까지 맡기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아이들이 하나 둘 떠나자 선생님이 그런 상황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는지 승준이를 데리고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수족관을 보러 가셨다. 5분 정도 수족관을 보고 내려오니 교실은 텅비어 있었다. “승준아. 이제 아빠는 회사에 갈께. 안녕~ 선생님이랑 재미있게 잘 지내렴” 다행히 선생님 품에 안겨서 울지는 않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해주었다. 고맙고 대견하다. 넌 벌써 부터 부모와의 이별에 익숙하구나. 선생님께 승준이가 많이 울면 연락을 꼭 달라고 이야기하고 어린이집을 나섰다. 어린이집을 내려와 회사를 향하는 버스를 탔다. 텅빈 교실에 선생님과 혼자 남겨진 승준이를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울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지금이라도 버스에 내려서 다시 어린이집을 돌아가면 반갑다고 뛰어 올텐데…

맞벌이를 하고 양가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시는 상황에서 우리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을 승준이가 아직 이해하지는 못할테고, 왜 우리 엄마/아빠는 빨리 나를 데리로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하겠지. 하지만 승준아. 엄마, 아빠가 이 세상 누구보다 승준이를 사랑하고 승준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엄마 아빠를 사랑해 줘서 고맙다. 주말에 실컷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