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이었다. 9시가 넘어서 잠에서 깼다. 주말 아침인데 아무도 안 깨고 늦잠을 잤으니 성공적인 아침이다. 딱히 급한일도 없거니와 추운 겨울이니 침대에 누워서 승준이와 도연이와 정은이와 뒹굴거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은. 정은. 내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게.”
“뭔데?”

이미 반응이 심드렁하다. 요즘 내가 해주는 이야기에는 큰 반응이 없다. 내가 애들 흉내를 낼 때만 크게 웃는 와이프다.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말이야. 약간 스피드 미팅 같은 거였거든. 사람이 엄청 많이 있고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는 거야. 그리고는 주최 측에서 한팀씩 남자 여자 매치를 시켜 주더라고. 근데 말이야..”
“엉. 빨리 말해”
“그중에서 나만 짝이 없는 거 있지!”

처음으로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한 나는 소개팅도 미팅도 한번 못해봤는데, 꿈에서 마저 매치가 안되다니! 이런 좌절스러움을 와이프와 나누고 싶었는데, 그때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있던 첫째 승준이가 말했다.

“홀수네.”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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