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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 읽어보자. 책!

페이스북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꽤 보았다. 하지만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책 읽는 것에 왕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책을 읽고는 내 삶이 조금 바뀌었으니 내게 영향을 준 책의 리스트에 올리고 독후감을 써본다.

광화문에서 일할 때 회사 입구 근처에 큰 책장이 하나 있었다. 그 책장에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직원들이 구매한 책들이 많이 꽂혀 있었다. 아마 그중 절반은 거의 읽히지 않고 책장에 꽂혀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회사가 광화문에서 강남역으로 이사 오면서 회사 물건들을 직원들에게 많이 넘겼는데, 책장의 책들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김봉진 대표님의 “책 잘 읽는 방법”도 그중 하나였다.

책을 받아 집에서 읽어 보는데 안지에 김봉진 대표님이 효진님에게 남긴 “생각의 근육을 키워 보세요”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때 이 책이 효진님이 선물 받은 책임을 알게 되었다. 돌려드릴까 잠시 생각도 했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님과 효진님도 책이 널리 읽히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냥 읽기로 했다.

책을 읽어 본다. 책에 상당히 여백이 많다. 김봉진 대표님이 디자이너 출신이라고 하더니 책의 편집도 전에 보지 못한 구성이다. 예를 들면 책의 위쪽 절반만 글이 있고, 아래쪽 절반은 여백인 식이다. “아니 책에까지 이렇게 도전적인 시도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툴툴 거리다가 이내 익숙해지고, 책장을 빨리 넘기는 맛이 생겼다. 아니 정말 책을 ‘잘’ 읽게 해주시잖아.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된다. 각각 “책에 대한 두려움 없애기”, “운동처럼 꾸준하게 책 읽기”,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가 그것이다. 책을 통해서 김봉진 대표님은 “책 좋아. 도움이 된다고. 그러니까 일단 한번 읽어봐. 그리고 꾸준히 읽으려면 연습이 좀 필요해. 그 연습을 이렇게 저렇게 해봐”라고 친절히 알려 주신다. 책을 읽었으니 삶에 적용을 해보기로 했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우선 책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보다 정확히는 책을 사고 안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나는 물건을 자주 사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물건을 사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음식을 과도하게 사거나 요리한 후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책을 사서 안 읽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크게 느껴왔다. 그래서 더 책을 안 사게 되었다. (그리고 안 읽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사야지 읽게 된다는 것과 인테리어 효과도 있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책을 좀 더 사보기로 했다.

이북에서 종이책으로 돌아왔다. 편의성 때문에 이북을 선호해 왔지만, 얻어진 편의성만큼 책을 읽지는 못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보다 눈에 거슬릴 수 있는, 혹은 가방 속의 무게가 느껴지는 편이 책을 더 많이 읽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책을 사게 되었다.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서점을 산책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줍는 경험을 선호하게 되었다. 최근에 읽은 ‘보상’이라는 책은 절대 온라인에서는 사지 않을 책이었다.

책을 가까이 두기 시작했다. 집 책상 한쪽에 책 3권을 쌓아 두고 있다. 항상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고, 가끔은 책을 두 권씩 넣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완독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완독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하나의 책을 읽는 중에 다른 책을 집어 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냥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는 것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책을 더럽게 쓰기 시작했다. 원래는 책이 구겨지는 것이 싫었고, 책에 낙서가 남는 것이 싫었다. 아마 어릴 때 교육의 영향인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을 두 번 보지 않고, 한번 읽은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책에도(?) 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책을 읽었지만 꽤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잘 읽었음’을 글로 써서 공유도 했으니 오늘은 나도 ‘과시적 독서가’다.